대각선에서 날아드는 날카로운 시선을 억지로 외면했다. 정재현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몇 분째 주시하고 있었다. 관자가 뚫릴 것만 같은 순간, 카톡이 울렸다. 꼭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을 필요는 없잖아. 원망의 말투는 투정보다 답답함이 컸다. 나는 회신할 답장을 작성했다. 너 아까도 들어오자마자 내 손 잡으려고 하고. 발로 자꾸 툭툭 건드리고. 옆에서 다른 애가...
술을 많이 마신 게 문제가 아니었다. 도수 높은 술을 과감하게 들이킨 게 화근이었다. 술 먹다 개죽음을 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썰은 진실이라는 걸 몸소 실감했다. 데낄라가 몇 도였더라. 흩어진 기억을 끌어모으며 눈을 떴다. 개운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났다. 그런 애들이랑 연루되지 말았어야 했어. 생각하다가 정재현의 지인을 함부로 말했나 싶어 회고를 ...
맹하게 전방을 주시하는 눈에 초점이 사라진다. 아무 생각없이 펜 촉으로 손 끝을 쿡쿡 찌르다 빨개진 줄도 몰랐다. 옆에서 놀란 다영이가 만류했다. 왜 그래. 급한 제지에 정신을 얼렁뚱땅 수습했다. 이어 튕겨져 떨어진 펜이 바닥에서 데구르르 굴렀다. 그걸 줍다가 뒤에 앉은 정재현과 시선이 부딪쳤다. 나를 묘하게 응시하고 있는 눈. 무슨 생각인지 읽어내릴 순 ...
“김여주. 일어나봐. 어우… 너 언제 들어온 거야?” 아침부터 잔소리 폭격이다. 너 어제 아이스크림 사고 어디에 있었어. 들어오긴 왔어? 아닌가. 내 기억이 잘못 됐나. 나 사실 취해가지고 언제 잤는지도 아리까리해. 너 들어와서 잔 거야? 왜 너를 못 본 거 같지. 다영이가 분주하게 이불을 개키며 중얼거렸다. 나는 눈을 못 뜨고 기지개를 켰다. 햇빛에 피하...
아사 직전의 몰골이었다. 지각할까봐 아침도 안 먹고 전력질주했더니 할당받은 체력을 죄다 몰빵해 쓴 기분이었다. 마지막장 복사를 기다리며 아사의 뜻을 검색했다. 간결한 문장이 튀어나온다. 굶어 죽음. 동방으로 터덜터덜 걸으며 너 어디냐고 재촉하는 다영이 카톡에 답장했다. 가는 중. 아 배고파. 오늘 학관 앞에서 배고파 쓰러진 사람 있으면 그거 나다. 헛소리 ...
목구멍에 모래알이 들러붙은 것처럼 서걱거렸다. 갈증에 허덕이며 눈을 떴다. 아. 앓는 소리가 성대를 긁고 탁하게 터져나갔다. 몸을 난사당한 사람처럼 아팠다. 물이라도 마시려 상체를 겨우 일으켰다. 눈도 다 안 뜨고서 아래있는 티를 주섬주섬 주워입었다. 침대 밖으로 내린 두 다리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산란한 정신을 수습하고 고개를 들었다. 낯설지만 또 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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