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 중증 단계에 접어들면 사람은 조용히 돌아버린다.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는 이유로 자괴감을 느끼고. 하루는 너무 좋아서 이대로 괜찮다는 마음에 카톡을 이어가다가. 다음날은 정재현 여친이 찍어준 사진에 여태 견디고 있던 상태가 힘들어 무기력하게 늘어져 바쁜 척 연락을 씹다가. 감정을 들키는 문제가 아닌 조절하는 기능에 오류가 걸려 일이 있었다고 둘러대는...
짝사랑에 대한 공감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아주 촘촘하게 얽혀있으니까. “정재현 프사 바뀜.” “뭐야. 같이 보자.” “구도가 여친이 찍어준 거야. 이번엔 좀 오래가네.” “아. 누가 사장님한테 가서 여기 노래 좀 바꿔달라고 해봐. 왤케 절절하냐.” 2월 14일. 정재현의 카...
크리스마스 & 연말 맞이 기부를 해보앗습니다 베이비박스, 미혼모 지원 학대 피해아동, 취약계층 생리대 지원 자립준비청년 지원 독거노인난방비 지원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개선 캠페인 지원 한국 소방복지재단 후원 총 여덟군데입니다. 한 해 동안 부지런히 받은 애정을 어케 돌려주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 이렇게나마 마음을 보태게 됐어요. 고소 준비하면서...
그게 짝사랑 증상인지는 미처 몰랐다. 신입생 때부터 정재현의 이름으로 버젓이 뜬 갠톡을 내내 신경썼다. 단톡은 읽씹하는 게 버릇이면서 나와의 갠톡은 긴 텀도 없이 답장하니까 자연스럽게 기대했다. 대화를 끊기 싫어 질문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가는 줄 몰랐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락이 동이 터서야 끝맺는 경우도 허다했다. 방학 때 연락이 끊길까 걱정하던 게 무색...
재현이 시점인 번외편입니다 밀물과 썰물처럼 인파에 떠밀렸다가 도착한 논술 시험장. 응시생 모두 자신만의 족보를 손에 쥐고 마지막 암기에 낑낑거린다. 하도 만져 귀퉁이가 닳아버린 종이에 고개를 처박은 머리통들이 요지부동이다. 재현은 책상마다 번호가 붙은 걸 구태여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자리표가 큼지막하게 부착된 칠판 앞에서 지정석을 찾았다. 그런데 공석이야 ...
전편 “아. 난 먼저 가봐야겠다.” 정재현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좀 바빠졌다. 단조로운 일상의 지각에 변동이 생겼다. 다같이 술을 먹다가도 연락이 오면 귀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몸을 일으켰다. 정재현이 일어설 때까지 핸드폰 진동은 끊이지 않았고 그건 누군가의 애타는 마음이었다. 다르게 해석하면 정재현 마음을 시험하는 일종의 테스트같기도 했다. “여친 델러...
정재현의 연애는 초여름에 시작해 첫눈이 오기도 전에 막을 내렸다. 굵어지는 눈송이가 이마에 떨어진다. 일기예보에선 첫눈치고 적설량이 꽤 많을 거라고 했다. 정재현은 형 가게에 있다며 거기로 오라고 연락했다. 가는 동안 운 좋게도 정재현이 좋아하는 카페 케익이 남아 그걸 구매해 들고갔다. 오픈 전인 심야 서점의 잠겨있는 문을 두드리기 전 머리에 쌓인 눈을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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