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선보기로 했던 그 의사예요.” 김도영 씨의 자기 소개가 은밀한 내통의 메세지처럼 비밀스러웠다. 정재현이 직업을 바꾼 게 아니라 원래 오려던 사람이 선 자리에 나오지 못한 거였다. 대화 주제로 오른 정재현은 정작 심드렁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의식하는 듯했다. 그런데 정재현은 왜 보내셨나요? 의문하는 마음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어색하게 웃었다. 저 사람이 ...
스물 후반이 된 아들에게 벌써 결혼하라 닦달하는 도영이 형의 부모는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들의 성화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 과정에서부터. 그러니까 도형이 형이 어머니와의 톡방을 열어 난감한 얼굴로 눈썹을 긁적이며 질린다는 얼굴로 탄식한 그 때부터. 재회는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됐다. “얘 뭐야?” “누구?” 뭘 잘못 봤나 했다. 가까스로 상황 판단을...
GPS. 김여주는 그 서름한 단어가 제게 붙기까지.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완전히 접촉돼 떼어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그 작디 작은 추적 체계가 김여주의 위치를 계산하고 일상을 감시할 때까지. 위치 추적이란 드라마나 영화의 픽션 장치로 작용하거나, 현실에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받아야하는 범죄자나 혹은 언제 부모의 손을 놓치고 사라질지 모르는 아이들에게나 필...
한국으로 돌아간 김여주는 전화로 간단하게 이별을 고했다. 그 과정까지 불과 몇 분이 걸리지도 않았다. 거리에서 전화를 받던 재현은 통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여주의 목소리가 끊기는 걸 들으며 되물었다. 뭐라고? 아니, 잠깐만. 내가 잘못들은 건지 소리가. 그러나 잘못 들은 건 없고 거기엔 재현의 통신 불량만 잘못됐을 뿐이다. 자주 안 보니까 마음이 떠버렸다는 ...
재현의 외근이 늘어나며 몸에는 상처가 자주 생겼다. 재학 중에 일을 맡기지 않겠다고 했던 황사장도 가끔은 그의 손이 필요했다. 정재현의 용의주도함이나 민첩하고도 조용한 움직임은 재현을 학습시킨 황사장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므로. 적진에서 용인하게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생전 거절해본 적 없는 재현은 지시를 받고 밤늦게 외출했다. 자고 있는 여주...
삶의 궤도가 재편됐다. 나도 재현이도. 정재현은 영국의 명망있는 예술대 교환학생에 발탁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해나갔다. 영어로 쓰는 에세이, 영어 점수, 포트폴리오 등. 어렸을 적 연주회를 하는 어머니를 따라 외국에 나가 살다온 경험이 있어 남들보다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과에서도 그런 정재현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며 신중을 기해 추천서를 작성해줬다. 걸림돌이...
짤 봐주세요 ,,어그로 좀 끌어봤구요 추석맞이 완결글 오픈햇습니다 보세용🤍 오픈된 글은 귀차니즘 사라질때 닫겠습니다(무책임) 소장하고 싶으신 분들은 그때 해주세요(무책임2) 즐추🌅
이민형은 김여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돼서 결혼했다. 비록 김여주는 아닐지라도. 아름다운 것만 좇는 습성은 유전이었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어머니는 대형 갤러리를 운영하며 젊은 신인 작가들을 발굴해 대가 없이 작품을 걸어주는 게 취미였다. 예쁜 걸 눈에 담고 오래 간직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도 했지만 부모의 확고한 철학의 영향이기도 했다. 다만 그게 사람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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